아동학대 대응 강화한다지만…분리보호 이후 ‘갈 곳’ 마련이 관건
복지부·16개 시도, 아동학대 대응 보완대책 이행방안 논의
일시·응급보호 적극 검토하고 피해아동 보호시설 설치·연계
중앙정부 대책이 지역별 보호시설·전문인력 확충으로 이어질지가 핵심
정부가 아동학대 피해아동에 대한 분리보호 판단을 강화하고 재학대 예방과 위기아동 조기발견을 확대한다. 하지만 피해아동을 가정에서 분리한 뒤 실제로 보호할 시설과 전문인력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는다면 제도의 실효성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어 지방 현장의 대응 기반을 얼마나 확충하느냐가 관건으로 떠오른다.
보건복지부는 7일 현수엽 제1차관 주재로 16개 시도 담당 국장이 참석한 가운데 ‘2026년 제4차 보건복지 중앙-지방 협력회의’를 열고 아동학대 예방 및 대응 보완대책의 현장 이행방안을 논의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정부가 지난 2일 발표한 ‘아동학대 예방 및 대응 보완 대책’을 지방정부와 공유하고 ▲분리보호 현장 판단 강화 ▲장애아동 보호기반 확충 ▲관계기관 정보공유 확대 ▲재학대 예방 ▲위기아동 조기발견 등에 대한 협력방안을 다뤘다.
일시·응급보호 적극 검토…지방정부 역할 커진다
정부는 아동학대 현장에서 피해아동을 가해 가능성이 있는 보호자와 분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일시보호조치나 응급조치를 적극적으로 고려하도록 할 방침이다.
복지부는 지방정부에도 대책 이행을 위한 협조를 요청했다.
지방정부는 학대피해아동에 대한 일시보호조치와 응급조치를 검토하고, 피해아동을 수용할 보호시설을 설치하거나 다른 시설과 연계하는 등 보호체계를 강화하기로 했다.
경찰과 지방정부, 아동보호전문기관 등 유관기관 사이의 정보공유도 확대한다.
아동학대 신고가 접수됐더라도 과거 신고 이력이나 가정 상황 등 필요한 정보가 기관별로 흩어져 있으면 현장에서 위험도를 정확하게 판단하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 같은 정보연계를 통해 반복적인 학대 위험을 조기에 발견하고 재학대 가능성이 높은 아동에 대한 보호를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분리할 것인가’에서 ‘분리한 뒤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로
정부가 현장의 분리보호 판단을 강화하는 것은 학대 위험에 놓인 아동을 신속하게 보호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피해아동을 분리하는 결정만으로 보호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분리된 아동이 즉시 머물 수 있는 시설이 확보돼야 하고 상담과 치료, 교육과 돌봄도 이어져야 한다. 장애아동의 경우 장애 특성에 맞는 전문적인 돌봄과 의료지원까지 필요할 수 있다.
이번 대책에 ‘장애아동 보호 기반 확충’과 ‘보호시설 설치·연계 지원’이 포함된 것도 이 같은 문제와 연결된다.
결국 현장에서 분리가 필요하다는 판단이 내려졌더라도 해당 지역에 적절한 시설이 없거나 수용 여력이 부족하면 다른 지역의 시설을 찾아야 하는 등 보호가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이번 대책의 실질적인 성과는 분리보호 결정 건수가 늘어나는지보다 분리 결정 이후 피해아동이 적절한 보호시설과 치료·상담 서비스로 얼마나 신속하게 연결되는지를 통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역별 아동보호 인프라 격차도 과제
아동학대 대응은 중앙정부가 정책과 기준을 마련하더라도 실제 집행의 상당 부분은 지방정부와 지역 현장기관이 담당한다.
지역마다 보호시설 수와 전문인력, 의료·상담 인프라가 동일하지 않은 만큼 같은 제도를 시행하더라도 피해아동이 받을 수 있는 지원 수준에 차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보호시설 설치와 운영에는 지속적인 인력과 재정이 필요한 만큼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에 협조를 요청하는 것만으로 충분한지, 필요한 재정지원과 인력 확충이 함께 이뤄지는지도 중요하다.
관계기관 정보공유 역시 마찬가지다.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는 것과 실제 현장에서 필요한 정보가 적시에 전달돼 보호 결정으로 이어지는 것은 다른 문제다.
어떤 기관이 어떤 정보를 언제 공유하고, 긴급한 위험이 발견됐을 때 누가 최종적으로 조치할 것인지 역할을 명확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
복지부 내년 예산안 148.8조…올해보다 8.2% 증가
이날 회의에서는 2027년도 보건복지부 예산안도 지방정부와 공유됐다.
정부안 기준 내년도 복지부 총지출은 148조8천억원으로 올해 본예산 137조5천억원보다 8.2% 증가했다.
기획예산처 ‘미래대응기금’으로 이관된 아동기본수당과 아이맞이지원금, 피지컬AI 관련 예산 3조7천억원까지 포함하면 152조4천억원으로 올해보다 10.9% 증가한다.
복지부는 내년도 예산에 사회안전망 강화와 출산·양육 지원, 위기아동·청년 지원, 통합돌봄, 노인 일자리, 복지·돌봄 인공지능 전환, 지역·필수의료, 자살예방과 중독치료 등 정신건강 인프라 확충 등을 반영했다.
다만 이 금액은 아직 정부 예산안 단계다. 국회 심의 과정에서 전체 규모와 개별 사업별 예산이 달라질 수 있다.
특히 이번 회의에서 강조된 아동학대 대응체계를 실제로 강화하려면 보호시설과 인력 확충 등에 필요한 예산이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 배정되고 지방정부까지 안정적으로 전달되는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회의보다 중요한 것은 ‘현장에서 달라지는가’
이번 중앙-지방 협력회의는 중앙정부가 마련한 아동학대 대책을 지방정부 현장에 연결하기 위한 성격이 강하다.
하지만 아동학대 대응은 여러 기관이 동시에 관여한다는 점에서 단순한 협조 요청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분야다.
지방정부와 경찰, 아동보호전문기관, 의료기관, 교육기관 등이 각각 확보한 정보를 공유하고 위험도를 판단한 뒤 필요하면 즉시 피해아동을 분리하고 보호시설과 치료로 연결해야 한다.
어느 한 단계에서 대응이 늦어지면 전체 보호체계에도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정부가 내세우는 ‘촘촘한 아동보호 안전망’이 실제로 만들어지는지는 향후 재학대 발생률이나 위기아동 조기발견 실적뿐 아니라 피해아동의 보호시설 연결시간, 지역별 보호시설 이용 가능성, 전문인력 확보 수준 등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현수엽 복지부 제1차관은 “이번 예산안은 국민의 목숨을 살리는 사회 안전매트를 더 두텁게 하고 국민의 기본적 삶과 건강 보호에 중점을 두고 편성했다”며 국회 심의 과정에서 충분히 설명하고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지방정부와의 긴밀한 협력을 기반으로 아동학대 대응체계를 강화해 촘촘한 아동보호 안전망을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현장 판단 강화와 정보공유 확대라는 방향을 제시한 만큼, 이제 중요한 것은 학대 위험이 확인된 아동을 실제로 즉시 보호할 수 있는 ‘자리와 사람’을 지역 현장에 얼마나 확보하느냐다.
